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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검 리뷰 : 떠나는 사람과 나누는 솔직한 대화

Postmortem Review
윤창건's avatar
Apr 08, 2025
부검 리뷰 : 떠나는 사람과 나누는 솔직한 대화
Contents
부검리뷰
에고이즘에선 조직의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위해 퇴사자가 생길 때마다 부검 리뷰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크루의 조직 내 여정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이는 떠나는 사람에게도, 남는 사람에게도 큰 도움이 됩니다. (아래는 실제 25년 4월에 퇴사를 하신 A님과의 부검 리뷰 입니다.)
 

부검리뷰

왜 떠나는지
작년 하반기부터 건강상의 문제로 인해 병원 외래진료를 병행하며 업무를 지속해왔습니다. 일과 치료를 병행하던 중 점점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어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에고이즘과 함께하지 못하는 것에 아쉬움이 남지만 현재는 건강 회복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으로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회사에서 배운 것
바쏠을 경험하면서 브랜드의 생성부터 제품 기획, 제작, 판매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고 하나의 브랜드에 깊이 몰입해 브랜드와 함께 성장하는 소중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바쏠이 커가는 것을 보는 게 마치 제 자식이 크는 것을 보는 것처럼 뿌듯함을 느끼면서 일했던 만큼 비록 저는 떠나지만 늘 바쏠의 성장을 응원할 것입니다. 또한 어떻게 소통하고 협업하는지 몸으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 협업보단 개인으로 일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생각하며 살았던 사람으로서 협업의 중요성과 생각을 공유하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은 큰 발전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 일만 잘하는 것이 아닌 전반적인 분야의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를 통해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에고이즘 입사 초반에 대형 IP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외부 업체와 협력하고 디자인했던 경험은 쉽게 얻을 수 없는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외부 업체와의 협력, 의견 조율 등 조화롭게 협력하며 얻은 경험은 앞으로의 커리어에도 큰 자산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회사에게 아쉬운 점
긍정적인 경험이 훨씬 많았지만 회사에 또는 저 스스로에게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1) 회사의 문화나 제도가 개정될 때 일방적인 통보 느낌이 강했습니다.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따라야만 하는 구조는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연봉협상과 같은 중요한 시즌 중간에 평가 제도의 일부분이 변경된 적도 있었는데 안정된 느낌보단 급하고 혼란스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 회의의 빈도가 다소 많다고 느낍니다.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BX 회의, 브랜드 논쟁 회의, 소싱 BT, 주간회의, 자체 제작 제품개발 BT, 원온원 미팅까지 다양한 회의와 미팅이 있습니다. 모든 회의가 중요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준비에 소요되는 시간과 업무 부담이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 중요한 내용을 다루고 있기에 성급히 줄일 순 없겠지만 효과적인 운영 방안이 마련되면 실질적인 업무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쓸 수 있을 것입니다. 3) 야근을 권장하는 문화가 개선되었으면 합니다. 일은 만들고자 하면 끝없이 계속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자격증 시험이나 중요한 프로젝트 발표가 4월 10일에 있고 그때까지만 하고 끝이라면 기꺼이 밤샘을 감수하며 공부하고 준비할 것입니다. 하지만 직장에서의 업무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닌 장거리 마라톤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정 페이스를 유지하며 뛰어야 하는데 야근이라는 것이 단기적으론 성과가 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과 꾸준히 같은 속도로 달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건강을 잃어보니 하루하루의 컨디션을 회복하고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점이 개선된다면 더 많은 직원들이 오랫동안 건강하게 좋은 성과를 내며, 만족감을 느끼며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아쉬움들이 퇴사의 직접적인 이유는 아닙니다. 퇴사의 주된 이유는 앞서 언급한 건강상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업무를 하면서 느꼈던 여러 고민들을 최대한 솔직히 전달하는 것이 에고이즘을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감 가는 부분이 있다면 회사 문화에 적용해 주시고 아니라면 그냥 하나의 의견으로 남겨두시길 바랍니다.
 
앞으로의 계획
업무와 치료를 병행하기 어려워 퇴사를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이직 계획은 아직 없습니다. 치료에 집중해 얼른 회복하여서 다시 건강한 일상을 살고 싶습니다. 꽤 오랜 시간 푹 쉰 적이 없는 것 같아서 여행도 다녀오고 용기가 없어서 못했던 하고 싶었던 일도 벌려보면서 지내려고 합니다. 언젠가 대표님께서 인재밀도를 높이는 것이 회사가 제공해줄 수 있는 가장 큰 복지라고 얘기해 주셨던 적이 있는데 크게 공감하고 있습니다. 참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난 것 같아요. 또 에고이즘이 성장하는 과정 한 켠에 제가 있을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덕분에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 성장하며 즐겁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막상 떠나는 날이 되니 후련하기도 하고 아쉬운 마음도 들어요. 항상 에고이즘과 크루분들의 건승을 기도하겠습니다! 고마웠어요~~!
 
에고이즘의 메세지
(작성자 : 에고이즘 대표 윤창건) 에고이즘의 앞 페이지에 A님이 있어서 조직의 초기 디자인 역량 기반을 다지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3년이라는 기간 동안 조직에 기여해주신 점 감사하다는 말씀 먼저 올립니다. 그 동안 다양한 업무와 프로젝트를 맡으시면서 처음 들어오셨을 때보다 더 성장한 것이 눈에 보였습니다. 예술적인 관점에 갇혀있던 시야가 연차가 쌓이면서 현실 감각을 찾고 고객 관점으로 넓혀졌던 것은 A님에겐 크나큰 변화였다고 생각합니다. 바쏠에 합류하시고 나서부터는 바쏠 팀원들 또는 저와 많이 대립하고 싸웠는데도 꿋꿋히 이겨나가셨던 것을 높이 삽니다. 희망이 보이지 않던 바쏠이 현재는 큰 가능성을 가진 브랜드가 된 것은 A님의 기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건강 상의 문제로 이별하게 되어 아쉽지만 건강을 회복하시고 난 뒤엔 A님의 커리어가 더 빛나길 바라겠습니다. A님이 회사에게 느낀 아쉬운 점도 일정 부분 이해됩니다. 저도 A님 처럼 생각하던 때가 있었던 터라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일정 부분 개선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주신 의견은 회사 성장의 밑 거름으로 쓰겠습니다. 그럼에도 회사의 생각이 명확하게 무엇인지를 전달 드립니다. / 1) 회사의 정책 운영 : 실제로 회사 초반에는 모든 크루분들의 의견을 동등하게 들으려하고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고 오히려 그 누구도 만족하지 않으며 불만만 더 커지는 현상을 경험했습니다.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니 당연하게도 모두가 손해를 보고 불행해졌습니다. 이는 중심을 잡고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은 대표의 잘못이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 이후로는 회사가 어설프게 행동하거나 일부가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방향만은 명확하게 제시하여 배의 키를 잡고 명확한 목적지를 향해 항해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24년도부터 경영진이 중심을 잡고 명확하게 이끄니 크루분들은 이전보다 덜 혼란스러운 환경에서 만족하며 일할 수 있게 되었고 매출도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좋은(착한) 회사가 되기보단 올바른 회사가 되는 것이 회사의 기조입니다. 회사의 제도나 정책을 설정하는 것은 경영진의 DRI 입니다. 경영진이 크루들의 DRI를 인정해주는 것처럼 크루들도 경영진의 DRI를 인정해야 합니다. 크루분들이 주시는 의견은 언제나 열린자세로 경청하겠습니다. 의견이 있으시면 언제, 어디서든 이야기해주세요. 주시는 의견 잘 새겨듣고 DRI를 가진 경영진이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잘 결정하겠습니다. 2) 회의의 빈도 : 회의의 빈도가 많은 것을 공감합니다. 사실 회사는 회의를 최소한으로 진행하라는 기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회의 준비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게 문제라면 본질과 임팩트에 맞추어 회의를 준비하시면 적은 시간으로도 준비가 가능합니다. 불필요한 회의를 최소화하고 필요한 내용으로만 회의 준비를 해주시길 요청드립니다. 회의 하나를 하더라도 의미있고 생산적인 회의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아주시면 됩니다. 3) 근무 시간 : 에고이즘은 야근을 권장하는 문화라기보다 SR2PC 사분면에서 본인이 원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는 문화입니다. A님의 생각과 저의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도 A님의 생각처럼 삶은 100M 달리기보단 마라톤이라고 생각합니다. 건강이나 가정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것들이 일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실제로 회사는 크루분들께 이런 부분들을 배려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건강 사례를 언급 주셨는데 회사에서는 A님께 병가를 권유드리기도 했습니다. A님께서 우리 회사의 근무 환경을 근무시간이 굉장히 많은 단거리 달리기로 묘사한 것과는 달리 실제론 늦게까지 일하시는 일부 크루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크루들은 주 40시간 내외(연차/휴가/휴일 등을 고려하면 더 줄어듭니다)로 업무 시간을 쓰고 있습니다. 사실 토스에 비하면 일을 많이 한다고 명함을 내밀기도 부끄럽습니다. 일을 많이 하는 토스는 A님의 걱정과는 달리 기업가치 20조 달성과 함께 지속가능한 조직문화를 만들었으며 내부 구성원들은 만족감과 더불어 자부심을 느끼며 일을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우리들은 회사와 개인의 성장을 위해 모였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자신의 성장을 위해 남들보다 더 노력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값어치를 높이는, 자신에게 좋은 일입니다. 노력 없이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적은 노력으로도 성장하는 사례가 있다고 반론할 순 있겠으나, 단기적인 요행으로 그렇게 보일 순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큰 노력 없는 성장은 없습니다. 고생을 덜 하면서 성공하기만을 바라는 마음은 불행한 마음입니다. 그럴 가능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회사에서는 크루들분들이 성장을 위해 더 노력해주시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개인이 어떤 삶을 살 것인지는 SR2PC 내에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추가로 남들보다 더 빠르게 뛰기로(더 노력 하기로) 선택한 사람에게 회사가 그에 맞는 인정을 해주는 것은 너무나 공정한 일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뛰는 사람들은 이 회사에 큰 성과를 가져다주기 때문에 회사는 이런 유형의 사람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그에 맞는 보상을 합니다. 다른 기회비용(자신에게 시간을 쓰는 것)을 버리고 회사에 헌신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분들의 헌신으로 인해 우리들은 더 좋은 근무환경에서 더 높은 보상을 받으며 일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 이런 분들에게 우리 모두는 감사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한편으로는 A님께서 저에게 따로 SR2PC 제도의 평가 기준이 시간인 것에 대해 걱정되는 부분을 물어봐주셔서 위와 같이 자세히 설명드렸고 제도 시행 전후로 제도를 설명하고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회사 방향에 대한 불만이 해소되지 않으신 거 같아 A님이 한마음한뜻과 거리가 있는 듯 하여 아쉽기도 합니다. / A님이 에고이즘에서 3년간의 여정을 끝마치고 또 다른 여정의 길을 나선 것을 응원합니다. 치료와 휴식을 통해 얼른 몸이 건강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몸이 회복되고 나서는 새로운 도전들을 통해 멋진 경험을 하길 바랍니다. 그 동안 에고이즘에 기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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